[D스토리] 17만원짜리 복불복 티켓?…유명 뮤지컬 대역 논란
(서울=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팀이 7년 만에 내한했습니다.
작년 12월 부산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에서 공연이 진행 중인데요.
월드투어 팀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사람이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특정 회차의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주인공인 '유령' 역에 원래 캐스팅인 조나단 록스머스 대신 다른 배우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한 배역에 한 명의 배우만 배정되는 '원 캐스트'인데요.
당연히 록스머스가 무대에 오를 줄 알았던 관객들은 다른 배우가 등장하자 당황한 겁니다.
해당 회차에 록스머스의 대역으로 등장한 배우는 원래 '경매사' 역할인데요.
록스머스가 공연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생기자 그가 대신 유령 역을 맡은 겁니다.
관객들은 대역의 외모와 실력이 '팬텀'을 연기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항의했습니다.
지난해 7월 축구스타 호날두를 보기 위해 축구경기 티켓을 예매했지만, 정작 호날두가 등장하지 않아 많은 스포츠 팬들이 분노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대역이 연기한 회차를 관람한 한 관객은 "이는 호날두 노쇼 사건과 비슷하다"며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관객은 배우의 개인 SNS에 출연 여부를 묻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은 배우가 변경된다는 내용의 사전 공지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한국 주관사도 공연 시작 두시간 전에 월드투어 팀으로부터 '캐스팅 리스트'를 전달받기 때문에 사전 공지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캐스팅 리스트는 공연 당일 배우의 컨디션과 상황에 전적으로 달려있기 때문에 미리 공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오페라의 유령 한국 주관사 클립서비스의 노민지 홍보처장은 "공연 시작 두세 시간 전에 배우의 컨디션을 살펴 캐스팅을 정하기 때문에 캐스팅은 당일 공지일 수밖에 없다"며 캐스팅 변경으로 인한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대역이 공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대부분 '원 캐스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정이 다릅니다.
국내 뮤지컬은 대부분 한 역할에 여러 명의 배우가 배정되는 '멀티 캐스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거의 모든 뮤지컬이 '더블 캐스팅' 또는 '트리플 캐스팅'이고 최근에는 '쿼드러플 캐스팅'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 정통 뮤지컬 배우 등 관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티켓 판매율을 높이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자신이 원하는 배우를 선택해서 관람하는 한국 문화와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지혜원 교수(공연 평론가)는 "외국은 대부분 '원 캐스트'이고 작품 관람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캐스팅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지만 한국에서는 작품 자체 관람보다는 배우를 보러 간다는 생각이 크다"며 "이번 사건이 관람 문화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월드투어 팀도 한국 정서에 맞게 대역이 무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자세히 공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뮤지컬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관객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관객의 입장을 생각하고 반영하려는 제작사의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왕지웅 기자 최수빈 인턴기자 / 내레이션 송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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